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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돼지풀과 알레르기성 비염

단풍잎돼지풀과 알레르기성 비염

단풍잎돼지풀이 끼치는 피해가 많다. 그 하나가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영어로 “hay fever”라 일컫는 질병이다. 우리말로는 건초열(乾草熱), 고초열(枯草熱)이라고 한다.

‘hay’, ‘건초’, ‘고초’ 모두 ‘마른풀’이라는 뜻이다. ‘fever’는 ‘열’을 뜻한다. 결국 ‘마른풀이 일으키는 열’이라 할 수 있다.


1. 알레르기성 비염의 뜻

백과사전의 고초열 정의는 다음과 같다. “식물의 꽃가루 때문에 생기는 알레르기 반응. 주로 바람에 의해 수정을 하는 식물과 관계가 있다. 북아메리카의 돼지풀, 영국의 티모시풀 종류이다.” 장미열. 알레르기성 비염(allergic rhinitis). 건초열. 장미열 화분증(花粉症). 화분병. 꽃가루병.


결국 hay fever, 건초열 등은 잘못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마른풀이나 열과는 거의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꽃가루가 일으키는 알레르기”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알레르기성 비염, 꽃가루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봄에서 여름까지 나타난다. 식물의 개화기, 즉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의 질병이다. 그런데 왜 ‘건초’와 ‘열’과 연관된 엉뚱한 이름이 붙었을까?


2. 알레르기성 비염의 발견자

건초열을 발견한 사람은 영국 의사였다. 런던에서 활동하던 존 보스톡(John Bostock, 1773–1846)이다. 그 자신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였다. 그는 여덟 살부터 6월만 되면 졸음이 오고 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알아내기 위해 공부했다.

1819년 46세 때 그는 드디어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는 몇 가지 증상과 치료법을 소개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건초열 환자를 괴롭히는 증상들이다. 또한 그 자신이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써 본 치료법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거의 없었다. 그의 논문은 의학계를 비롯하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단풍잎돼지풀과 알레르기성 비염 : 알레르기성 비염의 발견자 존 보스톡

존 보스톡 초상

하지만 논문은 발표 이후 9년 동안 다른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새 건초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생각이 널리 자리 잡았다. 건초에서 나오는 분비물, 냄새가 문제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건초열이라는 일반적인 명칭을 얻게 되었다”.

물론 존 보스톡은 이런 명칭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것이 재발을 반복하는 질병이라고 확신했다.

단풍잎돼지풀과 알레르기성 비염 : 알레르기성 비염 질환을 처음 소개한 존 보스톡의 논문

1819년 알레르기성 비염 질환을 처음 소개한 존 보스톡의 논문

그러나 그 명칭은 널리 퍼졌다. 그리고 또 다른 영국 과학자가 마침내 진짜 원인을 찾아냈다. 찰스 블래클리(Charles Blackley, 1820–1900)가 그 주인공이다. 그 또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통 받던 환자였다.

1859년 그는 블루그래스꽃 향기를 맡고 심하게 재채기를 했다. 그리고 꽃가루가 알레르기와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3. 알레르기성 비염의 유행 시기

비염은 ‘코의 염증’을 뜻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알레르기 증상으로서 코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알레르기의 원인은 많은 것들이 있다. 꽃가루가 그 하나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우리나라에서 봄에서 여름에 빈번히 발생한다. 식물의 개화기인 이때, 꽃가루가 원인이 된다.

그런데 단풍잎돼지풀의 꽃가루는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날린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잎돼지풀 꽃가루가 집중적으로 날리는 때는 9월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계절이 초가을까지 연장되는 것이다.
게다가 단풍잎돼지풀의 개화 시기가 더 길어졌다는 연구가 있다. 최근의 기후변화 탓이다. 미국의 한 연구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11개 지역에서 조사했다. 북아메리카 대륙 남쪽부터 북쪽까지 아우른 조사였다. 단풍잎돼지풀 개화 시기가 최장 25일까지 더 길어졌다고 연구는 발표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고통을 겪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4.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성 비염은 여러 괴로운 증상을 일으킨다. 콧물, 재채기, 눈물, 눈 가려움 등이 그것이다. 목구멍 간질거림, 기침, 후각과 미각 둔화, 불면증도 있다. 잘 치료가 안 되면 천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 자체가 천식 환자에게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듯 단풍잎돼지풀은 우리나라에서 초가을까지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킨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단풍잎돼지풀이 우점종으로서 확산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