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용: 상리공생

개미산포식물

개미산포식물

식물이 번식을 위해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열매가 터지면서 추진력에 의해 씨앗이 멀리 날아가는 방법이 있다. 관모 덕분에 바람에 실려 두둥실 날아가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민들레가 그렇다.

또 움직이는 매개체에 달라붙어 멀리 이동한다. 도깨비바늘은 동물의 털에 붙어 이동할 수 있다. 맛있는 열매를 맺어 동물에게 먹히면 어떨까? 동물의 이동과 배설에 의해 씨앗이 널리 퍼진다.

1. 개미산포

어떤 식물들은 특히 개미에게 의존하여 씨앗을 퍼뜨린다. 이를 ‘개미산포’ 또는 ‘개미산포분산’이라고 일컫는다.

생명과학사전은 “개미에 의한 식물 종자의 수집과 분산”이라 설명한다. 개미는 다양한 식물의 종자를 채집한다. 그리고 보금자리로 운반한다. 먹이로 이용하거나 버린다.

개미는 음식물을 공급받음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식물의 종자는 어떤 이익을 거둘까? 개미의 보금자리에 보호되는 것이 첫째이다. 자신과 같은 유식물과의 경쟁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적절한 발아장소로 종자가 이동되는 장점도 있다.

이렇듯 서로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이러한 공생관계를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이라 일컫는다.

2. 엘라이오솜

개미가 공급받는 음식물이 바로 ‘엘라이오솜(elaiosome)’이다.다른 말로 ‘지방체’라 한다. 여러 식물은 종자에 이 엘라이오솜을 부착한다. 개미를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지방체에는 지방뿐 아니라 단백질도 풍부하다. 개미들은 엘라이오솜이 부착된 종자를 개미집으로 끌고 간다.

영양이 풍부한 엘라이오솜은 애벌레에게 먹인다. 나머지인 종자를 개미집 안팎의 쓰레기장에 버린다. 이 과정에서 종자 또한 여러 가지 편익을 거둔다. 일단 종자 포식자를 피할 수 있다. 종자가 멀리 흩어져 경쟁이 적어진다.

그리고 발아에 적합한 환경에 도달한다. 개미가 종자를 버리는 쓰레기 처리장은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각종 쓰레기와 사체에 영양분이 있다. 이것이 씨앗의 발아를 돕는다.

개미산포식물 : 개미산포의 주요 요소인 엘라이오솜
엘라이오솜이 부착된 종자

3. 깽깽이풀

깽깽이풀이 있다. 이른 봄에 누구보다 일찍 아름다운 보랏빛 꽃이 핀다. 깽깽이풀 또한 개미산포식물이다.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이 재미나다. 개미가 씨앗을 옮겨가는 경로에 깽깽이를 뛰듯이 번져 간다.

참고로 깽깽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자. 가장 먼저 “해금이나 바이올린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해금은 우리나라 전통 현악기이다. 바이올린은 서양 현악기이다. 둘 모두 현을 문지르는 찰현악기이다. 깽깽이는 이들의 날카로운 찰현음을 일컫는 말이리라. 하지만 이는 깽깽이풀의 어원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말 ‘깽깽이걸음’이 깽깽이풀과 관계가 있다. “앙감질하여 걷는 걸음걸이”라는 뜻이다. 앙감질은 “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뛰는 짓”이다. “한 발을 들고 한 발로 섬. 또는 그런 자세”를 깨금발이라 한다. 또는 “깨끼발”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뛰는 짓이 바로 깽깽이 뜀이다.

개미산포식물 : 개미산포식물인 깽깽이풀
깽깽이 뜀을 뛰듯 번져 나가는 깽깽이꽃. 꽃이 먼저 피고 잎사귀가 나중에 나온다.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4. 개미산포식물

얼레지, 현호색 또한 개미산포식물이다. 깽깽이풀과 함께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다. 이 밖에도 둥근털제비꽃,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금강제비꽃, 콩제비꽃, 노랑제비꽃, 알록제비꽃, 제비꽃, 태백제비꽃, 졸방제비꽃, 뫼제비꽃, 흰제비꽃, 광대수염, 벌깨덩굴, 꿀풀, 피나물, 애기똥풀, 금낭화, 산괴불주머니, 각시원추리, 연령초, 괭이밥, 큰괭이밥이 있다. 이제 이 식물들 주변에서 개미가 줄지어 갈 때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또한 엘라이오솜이 부착된 종자를 물어가는 개미에 관한 연구도 있다. 이런 개미는 곰개미, 누운털개미, 주름개미, 긴호리가슴개미, 고동털개미 등 5종이었다. 일본왕개미나 몸집이 작은 사쿠라개미 등은 물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개미가 종자를 산포하는 식물종과 그들의 Diaspore 특성에 대한 연구(김갑태, 한국환경생태학회, 2011)”를 참고하자.

개미는 곤충 가운데에서 유일한 주요 종자 산포분산자라고 한다. 워낙 작은 동물이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미 가운데에서도 엘라이오솜을 옮기는 개미는 특징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더 큰 개미, 지방을 좋아하는 육식성 개미라고 한다. .